다da


 운명의 나태                                                                                  감수성을 다시 건드려 놓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숙명의 나태                                                                                  악의 세계로 다시 들어오게 하기 위함입니다.

 운명이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라면,                                                 나는 그저 소박한 사람입니다.

 숙명은 뒤통수로 날아오는 화살이다.                                                 이미 당신의 등에는 괴이한 것이 돋아있습니다.

 몰락을 즐기는 존재지만,                                                                 혀를 잘라야 합니까. 조각상이 되어야 합니까

 여전히 과일의 맛은 시다.                                                                당신이 해야할 것은 하나입니다.

                                                                                                  

 <나태의 낙태>                                                                              <가슴에 칼을 꽃는 이유>

by greyroom | 2009/11/19 02:36 | 트랙백 | 덧글(0)

기묘한 여행 : 엘리베이터 공간

  엘리베이터 앞의 버튼을 누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눌렀다. 버튼의 촉각은 마치 다른 세계의 입구로 통하는

감촉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닫힌 공간 안에는 키가 작은 사람이 그 위로 올라가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간이계단과 팔걸

이, 몇 개의 발자국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의 봉투가 남기고 간 냄새가 있었다. 환풍기의 스위치와 18층의 버튼을 누르고 잠

시 눈을 감았다. 윙 하는 굉음을 내며 공간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약 1분 남짓 36세대가 살고있는 현실의 공간과 리놀

륨으로 이루어진 복도와 그 곳에 놓여있는 일상의 잔여물들을 통과하는 소리가 들렸다. 타임벨의 소리가 울렸다. 눈을 뜨

고 열려진 공간을 보았다. 난 정확히 두 발걸음을 내딛었다. 양 옆에 마련된 두 개의 문은 닫혀 있었다. 복도에는 풀다 버린  

몇 권의 문제집과 차곡히 분류되어 버려진 페트병과 종이, 담배케이스, 포장박스, 형광등, 광고지, 옷가지와 신발이 있었다.

난 자세를 낮추고 그것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냄새는 너무나 기묘하게 느껴져서, 내가 마치 다

른 세계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봉투를 집어 되는대로 몇 가지의 사물을 담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

시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누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눌렀다. 환풍기를 끄고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봉투에

담아온 것들을 바닥에 쏟아놓는다. 텅 소리를 내며 담배케이스와 건전지, 필름케이스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사락 소리를

내며 음식광고지와 휴지들이 떨어졌다. 난 간이계단에 걸터앉아 그것들의 질서를 잡아보려고 했다. 아무도 1층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없었다. 난 사물들을 일렬로 늘어놓기도 하고, 원으로 놓아보기도 했다. 그것들을 엘리베이터 벽에 던져보

기도 하고, 조심스레 팔걸이에 올려놓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나와 사물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단념하고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누른 후, 엘리베이터와 18층의 작은 틈 사이로 물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다. 텅 하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물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눈과 몸을 이리저리 돌려 보아도 도대체 엘리베이터 공간의

다른 곳에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누르고 간이

계단에 걸터 앉았다. 안은 너무도 고요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난 아무 것도 하지 하고, 한참 동

안 그 기묘한 공간에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날 현실의 공간으로 끌어내리는 버튼은 눌리지

않았다. 다시 단념하고 일어나 휴대폰의 전원을 켜고 1층 버튼을 눌렀다. 윙 하는 추락소리와 더불어 텅 하고 무언가와 엘리베이터

공간이 충돌하는 소리도 들렸다. 내가 떨어뜨린 사물과 공간이 충돌하는 것 같아 왠지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다시 공간이 정지하

고 현실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뜻밖에도 그곳에는 여성청소부가 서 있었다.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든 청소부의 얼굴은 눈을 빼고 마

스크에 가려친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조금 당황했지만, 곧 내가 버린 사물들을 청소부가 쓸어담을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

다. 가볍게 목례를 한 후, 공간을 빠져나왔다. 나와 음식물 쓰레기가 남긴 냄새를 청소부가 지운다면, 혹시 그 여성은 엘리베이터의

숨겨진 공간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열림 버튼을 누른 후 그 여성에게 물어볼까 생각을 했지만 그만두었다.

단념하고 건물의 입구로 나와 도시로 향했다. 뒤를 돌아봤지만, 건물은 여전히 옅은 회색의 빛깔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by greyroom | 2009/05/29 00:25 | 트랙백 | 덧글(1)

시선.

 시선.

잠들기 전, 주위는 희미한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난 되는대로, 아무곳에나 걸터 앉아 보았다. 보통때와 같이 난 빈곤했다. 귓 속에 음악을 재생해 놓고, 눈 앞에 펼쳐진 회색 건물들을 응시한다. 회색의 분위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안개가 감싸도 회색은 여전히 회색의 빛깔로 남아있는 듯 했다. 그들의 무관심은 나를 슬프게 하고, 숨겨놓은 곳의 어느 부분을 살짝 건드려 놓는다. 그건 아주 미세한 부분의 영역이라서 근육의 떨림처럼 아주 세심하게 나를 뒤흔든다. 그러한 전율은 기분 좋은 듯 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그래, 아무렴 어떠하랴. 공허하게 세상속에서 혼자 떠드는 것보다는 나은 거잖아.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회색 건물들에게로 전송해 본다. 역시나 사물들은 나에게는 철저하게 무관심하군. 그래도 회색 안의 누군가는, 아주 사소한 누군가만큼은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밤의 마지막 시간들을 소비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조금은 쓴웃음을 지으며, 수신되지 않은 기억의 덩어리들을 공중에 버려둔 채로, 나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방안에는 TV도 있고, 컴퓨터도 있으므로 외로움은 즐거움으로 얼마든지 위장될 수 있어. 가끔, 역겨우면 토해버리면 되는거야.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욕망을 털어낸다. 내일도 역시나 빈곤하고 비루한 마음 뿐이겠지. 하지만 나 혼자는 아니야. 아마도 현재의 나는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걸 거야. 리모콘을 집어 모든 걸 끈다.

by rookie | 2009/04/04 01:39 | 트랙백 | 덧글(6)

치익.. 치익

일요일.
목욕탕에서 정성들여 면도를 한 후에, 욕탕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몇 번인가 눈을 감았다 뜨는 행위를 반복하니, 머릿속 어디에선가 태엽이 감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열쇠를 반납하고 계산을 치른 후에 집으로 와 햇볕에 이불을 널고, 운동화의 끈을 매고, 입고 나가야 할 셔츠를 다렸다. 그런 후에 먹다남은 과자와 맥주로 끼니를 때우고 나니, 어느샌가 1시간이 지나가 있다. 이제 일을 하러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치익... 치익'. 거북하지만, 일요일 반나절은 계속 머릿속 어디에선가 태엽 감기는 소리가 들린다. 밀린 옷가지들을 세탁하고, 평일에 미루어 두었던 잡다한 일을 하고, 평일에 놓아두었던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소리는 희미해져 간다. '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군.'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켜지 않은 채, 이상한 각도로 고개를 돌려보면서 바깥을 보고, 맥주를 마셨다. 그게 재미있어서 한 시간 가량, 시간을 보냈다. 샤워를 한 후, 약간의 음악을 들으며 침대에 누웠다. ' 오늘도 그렇게 기묘한 하루는 아니었어,' 그런 생각들을 마지막으로, 일요일의 기억은 소멸되었다. 내일은 다시, 월요일이 시작될 거다.

by rookie | 2008/08/10 17:55 | 트랙백 | 덧글(0)

이어지면

 그. 잊었던 학교를 다시 다닌다. 잊혀졌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나 역시 조금은 다른 사람이다. 수업을 듣고, 수업료를 번다. 전철과 버스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시 많아진다. 술을 마시는 위치와 장소가 조금 달라진다. 이전과는 다른 곳으로 가본다. 조금은 서럽지만 방황할 수 없다. 주말이 오고, 다시 월요일이 온다. 가끔, 작별했던 시간과 시작될 시간의 접점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다녀봐야 한다. 이전의 똑같은 그림과 이후의 똑같은 그림. 기묘하지만, 숨은 그림처럼 둘 사이에 뭔가 어색하게 달라져 있다는 걸 느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달라진 것을 찾고, 다시 자리로 되돌아와야 한다. 자신을 찾는 것보다, 흩어지고 숨겨진 기억을 되짚는게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그 시간의 구성은 지금과 너무도 잘 이어져 있다.

by rookie | 2008/08/09 13:2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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