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동안

일주일동안 나를 명확하게 해주는 사실들은
내 몸 역시 빌어먹을 살덩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코기토의 일관성을 상실하면 시공간의 창이 부옇게 흐려진다는 것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
바람이 선선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난뒤에는 이 모든 것들이 헛소리에 불과하여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는 나 가 발견되고 말 것이라는 것.

by greyroom | 2011/05/05 18:38 | 트랙백 | 덧글(0)

베개

베개를 다시 껴안고 잠드는 시간
그럼에도 잠들지 못하는 최초의 잉여시간들
잠을 못 이룬다니 잠을 못 이루나니
베개에 타인을 투과시키지 못하는 것
베개가 베개인 것
단칸방에서 울음을 부여잡고 낮은 깊이로 사는 것
민망함 낮음 어리석음 저급함 조야함 등의 거친 언어로만 환원되는 사랑이라는 감정덩어리들
부여잡고 앉아 기형도를 탐해도 귓구멍에 소리들을 꽂아넣어도 입은 단어를 찾지 못한다

by greyroom | 2011/05/04 19:12 | 트랙백 | 덧글(0)

where?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몇 사람과 몸을 부대끼고 또 다시 집으로 향한다.
시선은 어둡고, 한 발자욱 걸어간 후에 또다시 내몸을 응시하는 것.

  트라우마, 트라우마, 트라우마

  다른 공간, 우회로로 우회로로 거쳐온 시간
  다른 형식의 같은 트라우마

  트라우마, 트라우마, 트마우마

  오른쪽 머리통이 갈라져 버린 듯한 불쾌함.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내것이 아닌 말들

  섹스를 해야 하나, 자위를 해야 하나
 옴짝달싹 할 것 같은 느낌, 정박하지 못하는 그것
 왼쪽으로 기우니,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기우니, 오른쪽으로 돌린다.

 왼쪽귀에서 치즈 냄새가 난다.

by greyroom | 2011/03/06 22:28 | 트랙백 | 덧글(0)

일기

문득 12시에 일어나서 두렵게, 재빨리 세수를 한다.
징그러운 몸뚱이는 반쪽만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 위로만 빼꼼이 보이는 거울-나를 단장한다.
버스에서는 졸면서, 최근 계속해서 읽어댔던 황병승의 시를 생각한다. 그래, 어제는 길거리에서 항문이 열린 채로 눈을 뜨고 죽어있는 고양이 한마리의 시체를 보면서, 그의 <사성장군협주곡>이 생각났었지,라고 떠올려본다.
사람들 몇몇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 내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나는 여전히 거부한다.
Y에게 추천받은 정성일의 영화평론을 읽으면서, 잉여의 2시간을 잠시 산다. 산다. 부자가 되긴 글렀군. 잉여가치인데도 말이지.
이놈은 글을 지독히도 잘 쓴다. 날 설득한다. '상징적 다시-쓰기'라는 말이 내 궁금증을 자극한다. 라깡을 읽은 놈과 안읽은 놈 사이의 경합. 나는 내식대로 정성일을 해석한다. 기술이 불가능한 언어들. 지독하게.
과잉. 과잉의 시간.
남는 시간에 만화방을 가고, 글을 읽고, 생각을 한다.
이제 한달동안은 시를 써야지, 생각하다가 그만 욕망에 못이겨 해석하고 만다.
일을 구해야 하고, 집을 구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명제다. 헤어나올 수 없는 운명. 오늘 읽은 정성일식으로 말하자면, 나라는 계급적-나의 운명. 운이 나쁠 뿐.
저항하고 싶다. 또한 파괴하고 싶다.
그러나 살아내야지.
나가야지. 밖으로 밖으로.
젠장, 여전히 마지막 문장은 써넣기가 힘들다.

by greyroom | 2010/12/22 21:11 | 트랙백 | 덧글(0)

아.


  어제는 가장 최근이었고, 간만이었다.

  누군가 내가 권한 음악을 듣고, 거기에 스스로 울더라.

  예민했고, 어느 정도 몸짓으로 사람의 영혼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고 했다.

  눈물이 잘 고였고, 연민의 감정을 갖기엔 충분한 눈의 크기를 갖고 있었다.

  음악을 듣고, 내가 쓴 글을 나도 오랜만에 읽었다. 그애는 작게 울었고, 나는 이미 그곳에 정박한 감정들을 보는 것이 슬펐다.

  밖으로 나와 회색건물을 응시했다. 여전히, 그리고 오래전에 낯설었던 이 친구는 우리 앞에 텅 비어 서 있더라.

  난 또 한번 거짓을 고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감정을 살해한 것은 아닐까.

  최근에 그리고 오래간만에 이 말투로 이 글을 쓴다.

  곧 잊혀질 기분일테지만, 그때 이글을 보자. 그때에도 머물러 있다면

  한번 더 글을 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by greyroom | 2010/10/22 14:5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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