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앞의 버튼을 누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눌렀다. 버튼의 촉각은 마치 다른 세계의 입구로 통하는
감촉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닫힌 공간 안에는 키가 작은 사람이 그 위로 올라가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간이계단과 팔걸
이, 몇 개의 발자국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의 봉투가 남기고 간 냄새가 있었다. 환풍기의 스위치와 18층의 버튼을 누르고 잠
시 눈을 감았다. 윙 하는 굉음을 내며 공간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약 1분 남짓 36세대가 살고있는 현실의 공간과 리놀
륨으로 이루어진 복도와 그 곳에 놓여있는 일상의 잔여물들을 통과하는 소리가 들렸다. 타임벨의 소리가 울렸다. 눈을 뜨
고 열려진 공간을 보았다. 난 정확히 두 발걸음을 내딛었다. 양 옆에 마련된 두 개의 문은 닫혀 있었다. 복도에는 풀다 버린
몇 권의 문제집과 차곡히 분류되어 버려진 페트병과 종이, 담배케이스, 포장박스, 형광등, 광고지, 옷가지와 신발이 있었다.
난 자세를 낮추고 그것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냄새는 너무나 기묘하게 느껴져서, 내가 마치 다
른 세계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봉투를 집어 되는대로 몇 가지의 사물을 담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
시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누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눌렀다. 환풍기를 끄고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봉투에
담아온 것들을 바닥에 쏟아놓는다. 텅 소리를 내며 담배케이스와 건전지, 필름케이스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사락 소리를
내며 음식광고지와 휴지들이 떨어졌다. 난 간이계단에 걸터앉아 그것들의 질서를 잡아보려고 했다. 아무도 1층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없었다. 난 사물들을 일렬로 늘어놓기도 하고, 원으로 놓아보기도 했다. 그것들을 엘리베이터 벽에 던져보
기도 하고, 조심스레 팔걸이에 올려놓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나와 사물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단념하고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누른 후, 엘리베이터와 18층의 작은 틈 사이로 물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다. 텅 하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물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눈과 몸을 이리저리 돌려 보아도 도대체 엘리베이터 공간의
다른 곳에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누르고 간이
계단에 걸터 앉았다. 안은 너무도 고요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난 아무 것도 하지 하고, 한참 동
안 그 기묘한 공간에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날 현실의 공간으로 끌어내리는 버튼은 눌리지
않았다. 다시 단념하고 일어나 휴대폰의 전원을 켜고 1층 버튼을 눌렀다. 윙 하는 추락소리와 더불어 텅 하고 무언가와 엘리베이터
공간이 충돌하는 소리도 들렸다. 내가 떨어뜨린 사물과 공간이 충돌하는 것 같아 왠지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다시 공간이 정지하
고 현실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뜻밖에도 그곳에는 여성청소부가 서 있었다.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든 청소부의 얼굴은 눈을 빼고 마
스크에 가려친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조금 당황했지만, 곧 내가 버린 사물들을 청소부가 쓸어담을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
다. 가볍게 목례를 한 후, 공간을 빠져나왔다. 나와 음식물 쓰레기가 남긴 냄새를 청소부가 지운다면, 혹시 그 여성은 엘리베이터의
숨겨진 공간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열림 버튼을 누른 후 그 여성에게 물어볼까 생각을 했지만 그만두었다.
단념하고 건물의 입구로 나와 도시로 향했다. 뒤를 돌아봤지만, 건물은 여전히 옅은 회색의 빛깔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